[몹시] <대추: 대출은 추심!> 준비 세미나


올해의 두 번째 몹시에서는 <대추: 대출은 추심!> 사업의 밑작업으로 관련 글을 읽었습니다.

<대추> 사업은 작년 김주희 님의 논문 발표 및 토론회, <이상한 성매매 나라의 경제 이야기: ‘자유로운’, ‘파산불가능한’ 여성들>을 이어가는 이룸의 새로운 사업이에요.

이룸은 <대추>를 통해 ‘여성특화대출’을 파고들어 그 문제성을 알리려고 합니다.
또한 대출을 비롯, 이룸에게 익숙하고도 새로운 키워드들을 가지고 놀면서 성매매를 사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성산업 지형도>를 그리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할텐데……

우선 대출을 공부해보았습니다. <대출 권하는 사회>(김순영, 2011)와 <대출 천국의 비밀>(송태경, 2011), 그리고 영화 <인사이드 잡>(2010)을 통해서 왜 금융은 이토록 돈을 빌리게 하려고 하는지, 왜 대출이 늘어날수록, 그 대출이 불안정할수록 이윤이 높아지는지를 이해해보았습니다.

 
<인사이드 잡>에 따르면 현재의 금융공학 기법은 한개의 집에 오십개의 보험을 드는, 즉 한개의 집에 오십명이 투자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고 해요. 그럼 이윤은 오십배 그 이상으로 불어나겠죠. 만약 이 집이 불타 없어진다면 손해도 오십배 그 이상일 거구요.
 
세계의 권력자들은 규제를 하나씩 하나씩 풀면서 이윤과 손해의 균형을 맞춰주던 안전장치들을 없애버렸고 최대의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손해를 감수하던 상관없다는 마인드였습니다. 어차피 그 손해는 자기들이 감수하는 게 아니니까요.

 

 
     
 
 
내가 잃을 게 있으면 몸을 사리겠지만, 카드를 걸어도 신중하게 최악수를 대비하면서 걸겠지만, 본인은 잃을 게 없는 도박판에서 도박꾼은 얼마나 무서운 게임을 펼칠까요. 이들은 도박을 하듯 이윤추구라는 쾌락의 법칙에 순종하는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순수하고도 무서운 세계를요.
 
그 결과가 2008년도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합니다. 금융공학에 의해 탄생한 증권의 연쇄 고리가 무너지면서 그 충격은 갑절로 몰아닥쳤지요. 미국이라는 제국의 은행, 보험사 등 주요 금융 주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정도였으니까요. 정작 그곳에서 일했던 책임자들은 다 빠져나갔고 재임용되고 있지만요.

 

<인사이드 잡> 중 부채의 증권화에 관한 설명 부분

 

1997년 한국에 경제 위기 바람이 불어 닥쳤을 때 IMF는 구제 금융을 해줄 테니 위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따르라고 했다고 합니다. 저도 뉴스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었던 기억이 나요. 여기서도 구조조정, 저기서도 구조조정. 그 구조가 무엇이고 조정이 무엇이었는지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네요. 
 
2000년 전후, 경제 위기로 실업이 발생하고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는 빼어든 카드는 신용카드였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회사들은 그리 공공적인 원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저신용, 저소득자들에게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쓰게 하여 높은 이자율과 수수료를 물게 하는 게 더 이득이 된다는 걸 알고 그걸 실천했지요. 신용카드는 곧 대출이었고, 고리, 연체, 돌려막기라는 삼중주의 전주곡이었습니다. 그렇게 신용카드대란, 즉 연체율 급증으로 신용불량자가 만들어지고 신용카드사가 위기에 처하는 사태가 벌어졌죠.  
 

"부~자 되세요"
 

<대출 권하는 사회>는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정책의 효과로 어떠한 사회가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의 성산업은 이러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성장했음을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이전의 성매매가 식민지배, 군사주의, 냉전, 독재 등의 맥락 속에서 존속해왔듯이 IMF 이후 신자유주의적 개편, 서비스 노동 산업으로 자본이 흘러드는 흐름 등의 움직임 속에서 소위 산업형 성매매가 늘어났습니다. 산업형 성매매는 거리에 즐비한 룸싸롱, 키스방, 안마방, 보도방, 티켓다방, 안마방 등을 말합니다. 
 
이렇게 금융은 저신용, 저소득자들에게 고리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한 다음 추심을 통해 이윤을 회수했습니다. 성별불평등한 사회구조속에서 채무자들은 자연히 여성이었을거라는, 성산업과 연결되었을거라는 추론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업자 카페 등에 들어가보면 여성이 추심하기 쉽고, 연체율이 낮다는 것은 공공연한 상식입니다. 그리고 만일 20대 여성 채무자가 큰 빚을 지고 직업소개소에 간다면 너무 업소를 소개해주지 않을까요? 수천만원의 빚(자기것이든, 가족의 것이든)을 업소 일을 해서 다 갚았거나 갚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 시간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그 과정에서 몸이 얼마나 축났을지를 상상하게 됩니다. 그렇게 지하와 지상을 막론하고 금융에게 서비스 노동 시장의 전면에 서 있는 성산업 공간들은 제 몸과도 같았습니다.
 
이러한 고리대와 추심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대출 천국의 비밀>은 잘 보여줍니다. 고리대는 저신용자, 저소득자의 연체율을 보상해줄 정도로 강력한 이윤 추구를 가능하게 해주기에 대부업자는 대출 받게 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집니다. 연체율이라는, 대부업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를 무력화시키는 것이죠. 또한 고리대는 채무자에게 카드나 일수 돌려막기, 즉 더 고리로 더 돈을 빌리게 만드는 좋은 수단입니다. 
 
시장자유론자들은 이자율이 높아야 가난한 사람들도 돈을 빌릴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의 이자법 개정에 대해서도 이자율이 낮으면 제1금융권이 가난한 사람을 기피하여 사채를 빌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표합니다. 이건 성산업 알선자들이 하는 말이랑 똑같은거 같아요. 너 하나 믿고 빌려주는 거니까 선이자 먼저 떼도, 엎고 새로 써도,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며. 

이 고리대와 추심이 어떤 것인지 채무자들이 정확히 안다면 돈을 안 빌리려고 하겠죠. 그래서 대부업체 광고들은 사기와 속임수를 씁니다. 여자만을 위한 핑크빛 혜택으로 치장, 이자율 속이기는 예사죠.  

 

 

여성특화대출은 이렇게 아름답지 않아

 

요즘 전세 대란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3040세대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하여 야간알바 노동을 하는 20대들에 대한 기사들, 금융상담이나 부채탕감, 신용회복 절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등 부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성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이기에 이러한 부채의 범람 또한 가능하다는, 반대로 부채의 범람은 성매매와 같은 일상의 '담보화'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