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더 나가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에서 주최한 다섯번째 간담회 성노동, 성과 노동, 성-노동을 다녀와서_고진달래


                 

한발 더 나가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에서 주최한 다섯번째 간담회 성노동, 성과 노동, 성-노동을 다녀와서

 

_고진달래

내 위치를 다시 정의 내리다.  

성매매는 성판매 당사자들 선택 문제가 아니다. 성매매는 거대 자본과 지하 경제 안에서 움직이는 깡패 산업과, 가부장제 안에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중기준와 성을 사는 사람들의 성인식 문제가 한데 어우러져 일어나는 일이다. 이 구조를 보지 않고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볼 때 성매매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은폐하게 된다고 본다.  거대한 성매매 산업은 이제  누구든 쉽게 발 들여놓을만큼 존재해있고,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곳에 가면 내 몸과 돈이 거래되니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선택하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의 고민, 우리가 바라본 성매매 현장은 어떤 것인가를 말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10년 차 이 현장에 있는 우리들도 이렇게 헷갈리고 어려운 문제인데, 외부에서 보는 사람들 또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지표를 잃어버릴 수 있겠다 싶었다. 보여진 것과 보여지지 않은 것들을 펼쳐 보이면서 우리 함께 고민하자고 말해보고 싶었다. 난 그것이 설혹 완성되지 않고 설 익었더라도 그 부족한 부분만큼만이라도 드러내보이는게 활동가이고 그 시작이 사회를 변화시키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여성주의자 안에서도 성매매 논쟁만큼은 뜨겁지만 빈약하다.

 

성매매 구조 역시 복잡하고 여러 층위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어느 한 관점으로 풀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이룸은 성노동이냐 반성매매냐는 논쟁에 휩쓸리지 않고 성매매를 둘러싼 다양한 주제들을 연구하면서 본질을 드러내려고 했다. 성판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네이버에서 일어나는 성매매 유인 댓글들 분석, 성소수자  성매매, 사채 시장, 청량리 집결지 기록화 작업 등 성매매 산업을 굴러가게 하는 이 거대 구조를 보면서 접근하려고 했다.

뜨거운 감자인 성매매 토론은 허공을 해매는 듯한 논쟁으로 갈 길을 잃은 느낌을 받곤 했다. 활동가로 다시 복귀하면서 난, 나와 약속한 부분이 있다. 성매매 이 논쟁에 한발 더 발 담그기로, 때론 낯 붉힐 일이 있다 하더라도 내 활동 안에서 본 이 구조에 대해서는 입을 열어야함을,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나를 의심하고 괴롭겠지만 용기를 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난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NGA) 주최한 다섯번째 간담회 성노동, 성과 노동, 성-노동에 참여하였다. 성노동을 말하는 진영 역시 한계는 있다. 우리가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여성들의 경험과 피해는 그들의 논의에는 들어있지 않다. 삭제되어있었다. 이것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성판매 경험을 한 여성들의 경험은 일관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대학을 다니면서 자발적으로 조건 만남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누군가는 오랫동안 해온 이 일이 가장 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가하면, 누군가는 교육도 받지 못하고 지지하는 가족도 없이 밥 먹는 것을 걱정해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 누군가는 집안의 폭력이 싫어 집을 나와 살면서 생계를 이어가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같은 성판매 여성들 안에서도 각자의 경험과 위치와 자원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 누구의 말을 빌어 성노동과 성매매를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는 순간 모순을 안고 성매매 논의에 허우적대기만 할 것이다.

그 간담회에서 내가 느낀 것은, 어느 누구 하나 답을 갖고 있지 않고 우리모두  그 답을 찾기 위한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간담회 자리에는  이건가 저건가 하면서 듣고 질문하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성노동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듯, 현장에서 만난 경험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야하지 않을까 하고…내가 그 간담회에서 배운건 그거이다.

이론으로 매끄럽게 설명하지 못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만난 성판매 당사자 경험을, 우리가 목격한 일들을 차근히 설명해내가는 것이, 그동안 내가 배운 여성주의의 경험의 힘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본주의 하에서 성을 매개로 한 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거대 산업이 되고 있고, 그 안에서 성매매의 양상 또한 집결지부터 대딸방/조건만남까지 상상을 초월하게 다양해지고 있고, 그 안에서 성판매 당사자들을 묶어놓은  (보이든/보이지 않는) 덫들을 다양하게 많아졌다. 교묘해졌다.  현실에서 접한 경험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 그것이 활동가들의 몫인거 같다. 그 현실 진단이 정확하면 할수록  그에 맞는 답도 바르게 보일거라고 생각한다.

우린 어쩌면 이 문제를 급하게 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오랜 역사를 안고 있는 이 성매매의 문제를 단박에 풀 묘약을 바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문제가 오랜 역사를 지속해오는 동안 그 지속하게하는 속성은 교묘하게도 발전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활동가로서 난 이제,  손을 내밀고 말을 걸 시간이 온 것 같다. 한 자리에서 12년을 활동한 우리들이, 우리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자 손을 내밀고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함께 나누는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