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복지의 배신> 후기

[몹시] <복지의 배신> 후기_별

이번 몹시에서는 <혼자 살아가기>에 이어 <복지의 배신>을 읽었습니다. 신자유주의 금융 위기의 시대, 여성의 삶을 이해하면서 성매매 이슈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공부입니다. 올해 초 읽었던 <대출 권하는 사회>와도 이어지는 책읽기이기도 합니다. 상담 지원 과정에서 부딪치는, '페미니스트 활동'과 '사회복지'의 딜레마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언어를 모색합니다.

 
책은 김대중 정부, IMF 위기를 거치며 '생산적 복지' 즉, 신자유주의적 노동 복지 국가가 성립한 과정을 분석합니다. 연구는 당시 서울시 산하의 <청년여성실업대책 모니터링 팀>에서 1년여간 근로했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가부장 중심의 정상가족의 틀 안에서 이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선별해내는 방식으로 복지를 했습니다.'IMF 노숙자'나 '신지식인'에 들어가지 않는, 취업과 재활 가능성이 없는 부랑인이나 백수들은 복지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일례로 여성 노숙인은 "가정이 있다면 집을 나올 수 없으며,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성매매를 해서 먹고 살수 있"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고, 여성 해고 또한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현재에도 여성이 가족과 성매매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은 가난이나 빈곤, 복지의 필요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여성이 남성, 가족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살려는, 살아야하는 움직임에는 사회적 지지와 지원이 없습니다. 내담자들이 복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경우는 참 드뭅니다. 그마저도 단순히 남성과 주소지가 같다는 이유로 사실혼으로 간주되어 급여 수혜가 끊길 정도로 위태롭습니다.        
 
저자는 이런 복지의 배신이 민주화 시기를 거치며 진보적이고도 자유주의적으로 성장해온 주체들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민관협력은 정치 주체와 소비 주체가 중첩되는 자본주의적 자유시민의 양태를 육성하였고, 권위주의적인 개발국가의 유산과 구별되는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하는데 이바지하였다고 평가합니다. 좋은 자유주의가 자본의 운동에 맞설 수 있고 맞서야만 한다는 생각은 교묘한 사기라는 것입니다.
 
국가와 여성운동 사이에 놓인, 페미니스트이자 사회공학 실행자의 위치에 놓인 이루머들이야말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묻고 또 얘기해야하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아주아주 불편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동일시하지 않고 거리를 둘 수 있는 시원한 자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언제 우리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페미니스트들과도 이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판을 꾸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올해 마지막 몹시를 마칩니다! 내년에 만나요~!